인공지능이 기후위기를 악화시킨다고요?

인공지능이 기후위기를 악화시킨다고요?

인공지능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2024. 9. 9.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전 지구적 차원의 기상 예측과 기후 모델링, 탄소 감소 기술 탐색 등 인공지능이 지구 온난화 대책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그렇다면 정말 인공지능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이 기후위기를 악화시킨다고요?

그린피스, 지구의 벗(FOE)과 같은 세계 환경 단체 연합에서는 인공지능이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AI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것은 막대한 에너지 소비를 촉진합니다. 특히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합니다.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와 영상을 다루는 생성형 AI를 학습시키고 사용하는 데에는 막대한 클라우드 서버로의 데이터 전송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어떤 에너지를 얼마나 소비하기에 AI는 그 가능성만큼이나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걸까요?

문제1: 전력소비

우리가 ChatGPT에 한 번 질문할 때 소모하는 전력은 2.9Wh입니다. 구글 검색에 사용되는 평균 전력인 0.3Wh에 비해 10배나 높죠. 이미지 생성 AI가 이미지 하나를 만들 때는 스마트폰 한 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훈련에 사용하는 전력량도 어마어마합니다. ChatGPT 훈련에만 1,287MWh의 전력량이 쓰였으며, 이는 미국에서 120가구가 1년간 사용하는 양과 맞먹습니다. 이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520t, 미국 자동차 110대가 1년에 배출하는 양과 비슷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상용화된 2022년 세계 데이터 센터가 썼던 연간 전력량은 460테라와트시(TWh)를 기록했습니다. 200TWh를 소비한 2015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용량입니다. 2026년에 이르러서는 2022년의 2배를 넘는 1,000TWh 이상의 전력을 소비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80% 증가시킬 거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는데, 데이터 센터의 막대한 전력을 감당하려면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앞으로 다가올 전력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 구축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올해 3월 인근 원자력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데이터 센터를 6억 5,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3월 19일 데이터 센터 인프라 구축에 1조 달러(약 1,339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즉, 국제사회와 빅테크 모두 앞으로 있을 막대한 전력 소비를 예상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2: 물 문제

인공지능은 데이터 센터의 클라우드 컴퓨터를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여기서 데이터 센터란, 수천 개의 반도체를 가진 서버들로 이루어진 센터인데요. 당연히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고, 그만큼 발열량도 엄청납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 등장하는 서버실을 떠올려 보세요.

저 작은 상자 하나하나가 모두 데스크탑의 본체와 맞먹는다고 생각하면 그 안이 얼마나 뜨거울지 예상이 되시나요? 대부분의 서버실은 이런 발열을 관리하기 위해 냉각 시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바로 냉각수입니다.

냉각수에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요, 부식이나 박테리아 증식을 방지하기 위해 바닷물을 쓰지 못한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냉각수는 반드시 깨끗한 담수를 써야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AI는 얼마나 많은 물을 소비하고 있는 걸까요?

ChatGPT의 경우 질문과 답변 25-50개를 주고받는 대화 한 번에 물 500ml가 소요됩니다. 데이터 센터에서 쓰는 냉각수의 양을 추정한 결과 GPT-3을 훈련하는 데만 70만 L의 물이 소요되었습니다. BMW 자동차 370대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물의 양입니다.

또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용한 물 소비량은 64억 리터, 올림픽용 수영장 2,500개 이상을 채우는 양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AI에 투자하는 만큼 급속도로 물을 소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듯 데이터 센터 하나를 짓는 데에 어마어마한 양의 냉각수를 필요로 합니다. 식수로 사용해도 모자란 담수를 이렇게 펑펑 써도 괜찮은 걸까요? 당연히 괜찮지 않습니다. 특히 물이 절실한 지역에서는요. 2023년 우루과이에서는 구글이 데이터 센터를 설립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계획을 축소했습니다. 당시 우루과이는 이상기후로 인한 최악의 가뭄으로 식수조차 구하기 어려웠는데, 하루 5,000가정에서 쓰는 물의 양을 일일 냉각수로 사용하는 데이터 센터의 설립 소식에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섰고 결국 구글은 데이터 센터의 규모를 줄이며 물러났습니다. 이런 일은 비단 우루과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냉혹한 현실

어떤가요, 아직도 AI가 인류의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만능 해결사로 보이시나요?

AI는 인간에게 많은 혜택과 편리를 제공하지만 못지않게 엄청난 에너지와 자원을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전기와 물은 특히 인류에게 중요한 자원인 만큼, 치명적입니다. 나쁜 소식은 AI가 발전하여 사회에 깊숙히 스며들수록 자원이 소모되는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예정이라는 점입니다.

세상을 구원할 줄 알았던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인류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니, 섬뜩하지 않나요?

하지만 이러한 세태를 모두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니까요. 다음 편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런 위기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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